아침 일찍 일어나서 대충 씻고 나왔다. 삼다도라고 불리는 제주도는 여자, 돌, 바람말고도 패밀리마트, 농협이 정말 많았다. 목말라도 조금만 더 가면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가다보면 진짜 편의점이 나온다 ㅋㅋ. 괜히 동네 슈퍼마켓에서 비싼돈주고 음료수를 사먹을 필요가 없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와 시내쪽 편의점 구석에 자리를 잡고 컵라면과 김밥을 먹고있었다.
여중생(?)처럼 보이는 교복입은 여자애가 들어왔다. 별로 물건 살 마음도 없는 것 처럼 보이는데 편의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거다. 주인아저씨와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라면 어디서 먹어요?"
"저기 의자에 앉아서 먹어"
"자리없잖아요~"
여기 옆에 의자 많이 비었는데? . . . ㅠㅠ
아마 새카맣게 타서 꼬질꼬질해 보이는 내 옆에 오기 싫었나보다.
뭐 거의 다 먹어 가는 참이고해서 배낭메고 자리를 비켜줬더니
"아니 왜 먹는 사람 부담스럽게.."
"내가 뭘요~!!@#%#$% 나 라면안먹을거에요!!"
난 그냥 학생에게 미안해서 옆으로 살짝 비켜준것뿐인데..ㅋ;
"오늘 학교 안갔어?"
"갔다가 나왔어요"
"왜 이렇게 자주나와~"
"할게 없잖아요"
"공부하면되지~"
"재미없잖아요~~"
(미..미안해 학생.. 여기서 라면드셈 ㄷㄷ)
.
.
.
"우리 이제 곧 방학해요"
(헐퀴, 아직 방학아님? 난 보충수업 시간에 나온 줄 알았더니... 학생 미안함여... 여기 앉아서 드셈..)
그냥 내눈엔 영화나 만화에서 자주보는 철없고 장난끼많은 여학생처럼 보였다. 나 중학생때는 정규수업 빼먹고 밖에 돌아다니는 건 하늘이 두쪽나도 할 수 없는 짓이었는데.. 뭐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큰일날일도 아니잖아.
..
이 날은 성산지나서 좀 천천히 달리다 적당한곳 나오면 숙소잡을 생각이었다. 열심히 타면 하이킹이 너무 일찍끝날 것 같아서 관광도 조금하고 여유있게 타는게 좋을 것 같았다.
우선 고등학교 수학여행때도 와봤던 성산일출봉에 들렸다.
특별한 건 없었다. 시간도 많으니 음료수 한잔마시면서 적당히 둘러보고 내려와서 다시 해안도로쪽으로 나갔다. 쭉 가다보니 종달이었을 거다. 근처에 선착장이 하나 있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여기가 우도가는 배 타는 곳 맞냐고 물어보길래 나도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고 가서 물어보고 맞으면 잘 됬다 싶어서 우도나 보고 가려고 들어가보니 여기가 맞단다. 우도는 예전부터 정말 가보고 싶었다. 우도가면 전지현이 있을 것 같았다. 후..ㅠ
빌어먹을 지나가던 사람이 물어보지만 않았어도 그냥 지나치는건데, 우도가서 그냥 기분만상해서 5분만에 바로 나왔다. 내 생전 관광지에서 이렇게 기분나쁜건 진짜 처음이다. 배타고 들어가는데 선착장 직원이 너무 불친절한거다. 불친절을 넘어서 그 사람은 나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아직도 이해가 되지않는다. 그냥 배시간 물어본것뿐인데. 여기서 우도에 대한 환상 끝. 우도에는 전지현이 없다. 때려주고 싶은 선착장 아저씨만 있을 뿐. 날덥다고 관광객한테 화풀이 하지 맙시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페달만 밟았다. 왠지 불쾌한 곳에서 도망친듯한 기분이 들어서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졌다. 달리면서 계속 생각했다. 그 때 그냥 나오는게 아니었다. 분명히 그 사람은 더운 날씨에 그저 짜증이 났던거다.
아주 일차원적으로 생각하면 그 사람에게 왜 그러냐고 따졌어야 했다. 주먹질 오가더라도 그 불쾌함을 그 자리에서 털어버리고 왔어야 했다. 뭐 어때 여행자보험 들었는데?ㅋ 이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런데 자꾸 그런 생각만 하다보니 또 한편으론 그 사람, 분명 앞으로 다른 관광객들에게도 같은 화풀이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 같은 불친절을 겪었을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닐거다. 당장 그 자리에서 후진하는 차량운전자에게도 같은 톤으로 소리지르는걸 봤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지만 기분나쁘더라도 시원한 음료수하나 내밀었으면 그 사람 짜증이 풀어졌을지도 모를일이다.
분명 그 둘중 하나는 했어야 지금 이 찜찜함도 없을텐데.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고? 어찌됬든 피하는건 잘 못된거다. 내가 피하면 다른사람들도 같은 피해를 겪게 될테니까. 똥이 더러우면 치워야 한다. 아님 나라도 밟아서.. 자꾸, 글이 더러운쪽으로 가는데 아무튼 결론은.. 다음부턴 그냥 피하지 않을 거라는거.
중문지나서는 적당히 구경할 만한 곳도 없고, 일주도로만 타고 계속 달렸다. 어깨는 배낭덕분에 내려앉은 것 같고 다리는 덜덜 풀려있고, 기분은 왓더ㅍ... 날씨는 흐리고 배는 고픈데 편의점은 안나오고..
아마 월정일거다. 근처에 마트가 있어서 간단히 배를 채웠다. 그리 멋진 해변은 아니었지만, 내 기분과 배를 채워 줄 수 있던 곳.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저기 모래위에 적힌 글씨는 "엄마 아빠 사랑해요"..
자전거를 타기에 적당한 오후였다. 계속 가다보니 오후 6시였나.. 해가 지는 중인데 마땅히 잘 만한곳이 없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_=.. 근처 마을이 보이면 무조건 들어가서 둘러보는데도 어디 민박집은 한명자는데 4만원 달라 그러고.. 게스트하우스 따위도 보이지 않았다.
어두워지는중.. 거기다 비까지 오는데 사실 좀 걱정이 되었다. 이러다 오늘 제주까지 갈 기세!! 무리지어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잠시동안 부러워지긴 했으나 뭐 이 따위 것쯤.. 길바닥에서 자는 한이 있어도 아까 4만원 민박집에는 절대 가지 않을거라 다짐하고 함덕서우봉해변쪽으로 내려갔다.
해변쪽으로 내려가니 게스트하우스라고 적힌 글씨와 전화번호가 너무 반가운 마음에 바로 전화 걸어서 한자리 예약! 그것도 1만원.. 아주 싸다. 그런데 그게 사장님께서 원래는 해변에서 카약만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인데 얼마전부터 사장님 사시는 곳을 게스트하우스로 꾸미고 계시단다. 단체 이용객이 한번 온 다음으로는 내가 개인이용객 1호!!
사실 게스트하우스라고 하기에는.. 아직 조금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너무 친절하신 사장님과 그 날 나와 비슷한 이유로 여기서 묵게된 그 분!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일거다.
이 날 쓴돈
아침 2,600원
간식 3,370원
성산일출봉 입장료 2,000원
우도 5,500원
게스트하우스 10,000원
총 23,470원.. 저렴한데?